군포문화예술회관 철쭉홀에서 연극 '늘근도둑이야기'를 관람하고 왔다. 오랜만에 가볍게 웃으며 재밌게 본 공연이었다.

무겁지 않은 풍자와 쉴 새 없이 터지는 웃음
이 연극은 제목 그대로 두 늙은 도둑의 이야기다. 대통령 취임 특사로 감옥에서 막 풀려난 두 도둑이 노후 대책을 위해 마지막 한탕을 꿈꾸며 어느 부잣집에 잠입하게 되는데, 하필 그곳이 엄청난 부와 권력을 가진 '그분'의 미술관이라는 설정이다.
세계적인 현대 미술품들로 가득한 공간이지만 그 가치를 모르는 두 도둑은 오직 금고만을 노린다. 하지만 금고 앞에서 지난날을 회상하며 옥신각신 다투다가 결국 경비견에게 붙잡혀 수사관에게 취조를 받게 된다. 있지도 않은 배후와 사상적 배경을 캐내려는 수사관과, 그 앞에서도 엉뚱하고 한심한 변명만 늘어놓는 두 도둑의 대화가 극의 중심 줄거리를 이룬다.
공연은 시작부터 끝까지 참 유쾌하게 흘러갔다. 무대의 배우들과 관객들의 즉흥적인 호응이나 참여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는데, 덕분에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잔재미가 더해져 지루할 틈 없이 재밌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배우들의 연기력과 호흡이었다. 대사 하나, 몸짓 하나 주고받는 타이밍이 매끄러워서 감탄하며 보았는데, 나중에 보니 실제로 아주 오랜 기간 함께 호흡을 맞춰온 배우들이라고 한다. 왜 무대 위에서 그런 단단한 안정감이 느껴졌는지 알 수 있었다.
배우들의 호흡이 워낙 잘 맞고 연기가 아주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보니, 극을 보는 내내 어디까지가 미리 짜여진 대본이고 어디서부터가 현장 애드립인지 도무지 알아채기 힘들 정도였다. 무대 위 대사들이 전혀 인위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끊김 없이 흘러가서, 그 완벽한 티키타카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말 재미있게 몰입해서 보았다.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배우들의 명연기
내용 면에서는 정치나 사회적인 풍자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이런 류의 시사 풍자는 자칫 극이 무거워지거나 한쪽으로 치우치기 쉬운데, 다행히 아주 깊은 영역까지 파고들지는 않아서 개인적으로는 크게 불편함 없이 가볍게 웃으며 넘길 수 있었다.
다만 관객 개개인의 정치적 성향이나 가치관에 따라서는 아주 조금은 호불호가 갈리거나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풍자라는 장르 자체가 가진 특성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메시지에 크게 개의치 않고, 무대 위 배우들의 차진 말솜씨와 유쾌한 상황극 자체를 즐기러 간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공연이 될 것 같다.
자극적이거나 억지스러운 설정 없이, 배우들의 내공과 관객과의 소통으로 꽉 채워진 영리한 코미디 연극이었다. 주말 저녁, 복잡한 생각 없이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시간을 보내기에 괜찮은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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