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문화예술회관 수리홀에서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의 <광대> 라는 공연을 관람했다. 평소 국악이나 전통 연희 공연을 자주 보진 않는데, 이번에 기회가 닿아 다녀오게 되었다.




공연은 1902년 협률사 시절의 광대들이 현재의 무대로 쏟아져 나온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판소리와 무용, 사물놀이, 접시 돌리기 같은 전통 연희가 80분 동안 쉼 없이 이어지는 구조다.
극 초반에는 무용수들의 아름다운 춤선이 눈길을 끌었지만, 솔직히 초반 전개는 약간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잔잔하게 흘러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아이' 역을 맡은 서이은 소리꾼이 등장해 소리를 시작하는데, 순간 극장 안의 공기가 확 바뀌는 기분이 들었다. 작은 체구의 어린이가 내는 소리 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무대 장악력이 대단해서 그 때부터 몰입하게 되었다. 그리고 '순백' 역의 박인혜 소리꾼이 심청가 대목을 부를 때는 절절해서 눈물이 나기도 했다. 우리 소리가 가진 힘을 실감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중간에 광대들이 사물놀이를 하는 장면에서는 어릴 적 기억이 문득 겹쳤다. 초등학교 운동회 때 사물놀이 팀에서 무거운 징을 맡아 쳤던 기억이다. 어린 마음에 징이 참 무거워서 고생스러웠지만, 그때 느꼈던 몰입감과 신명 남, 즐거운 감각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이런 소리에 빠져드는 몰입감과 신명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정서가 아닐까 싶다. 요즘 어린 학생들도 이런 공연을 통해 그 즐거운 감각을 경험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 집중력을 보여주던 접시 돌리기(버나놀이)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상모돌리기 퍼포먼스도 흥미롭게 보았다. 전통 의상의 알록달록한 색감도 보기 좋았다.
아쉬운 점도 하나 있었다. 소리를 할 때 가사 전달이 명확하지 않아 내용을 알아듣기가 좀 어려웠다. 심청가처럼 익숙한 대목은 내용을 아니까 얼추 이해했지만, 생소한 다른 소리들은 (나만 그런 것일 수도 있으나) 도통 무슨 말인지 잘 못알아 들어서 정말 좀 많이 아쉬웠다.
무대 옆에 자막으로 가사를 띄워주면 어떨까 싶다가도, 자막을 보느라 극 몰입에 방해가 될까 봐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내용을 알고 들었다면 좀 더 좋았을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마지막으로 무대에서 중심을 잡아주던 고수(북 치는 사람)가 인상 깊었다. 북 하나로도 이 정도인데? 문득 이 공연의 모든 음악을 녹음된 음원이 아니라, 전체가 100% 라이브로 연주했다면? 그랬다면 현장감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을 울리는 진동이 객석까지 바로 전해졌다면 훨씬 더 좋았을 것 같다.
자극적이거나 인위적인 연출 없이 우리 고유의 정서를 담백하게 보여준 공연이었다. 부모님을 모시고 가거나, 아이들에게 우리 소리나 춤 등 전통예술의 매력을 경험해 주기에 괜찮은 선택이 될 것 같다.